Engineering
우리가 고객을 팀 안으로 초대한 이유
여기어때 UX Center여기어때
2025년 6월 27일
원문에서 보기 ↗글. 방동민(Yondu)/ UX Researcher

“이거 괜찮아 보이는데… 어때요?”
서비스를 만들다 보면 자연스럽게 하게되는 말이에요. UX 리서처인 저 조차도 동료가 건네는 “이 문구 어때 보여요?”, “아이콘 바꿔봤는데 괜찮을까요?” 라는 질문을 들을 때면 무심코 고개를 끄덕이며 답변을 하기도 합니다. 편리함과 익숙함 때문에 고객보다는 동료에게 묻는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는거죠.
디자이너, 기획자, 개발자 등 제품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금 내가 만들고 있는 것이 고객에게 어떻게 보일지’에 대한 불확실성을 가지게되고 이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가장 빠르고 편한 방법은 바로 옆에 있는 동료나 지인에게 묻는 것입니다. 짧은 시간 안에 피드백을 받을 수 있고, 커뮤니케이션 비용도 낮으니까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피드백이 ‘불편할 정도로 편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피드백의 편리함이 만든 편향
동료나 지인에게 의견을 묻는 건 분명 빠르고 효율적인 방식입니다. 문제는, 이 효율이 반복되다 보면 우리가 놓치게 되는 시선이 생긴다는 거예요.
내부 동료는 이미 그 제품이 어떤 배경에서 만들어졌는지 알고 있습니다. 설사 맥락을 모른다고 해도, 동일한 업무 환경과 유사한 문제 의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용자가 아니라 ‘메이커’의 시선으로 답변하게 됩니다. 지인의 경우도 마찬가지예요. 몇 번만 반복해도 학습이 이루어지면서 점점 ‘비전문가 사용자’와는 다른 방식으로 반응하게 됩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마치 거울 앞에서 계속 같은 표정을 연습하듯이 ‘정제된 반응’만 들을 위험이 생깁니다. 우리는 점점 ‘진짜 고객’의 언어와 경험에서 멀어지게 되죠. 그렇다면 질문은 간단해집니다.
리서치의 접근성은 왜 여전히 높지 않은가
우리는 왜 고객에게는 묻기 어려웠을까요? UX 리서처로서 오랜 기간 리서치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면서 한 가지 패턴을 자주 마주합니다.
바로 리서치는 항상 일정과 리소스에 쫓기고, 접근하기 어려운 것처럼 여겨진다는 점입니다. 기획 초기에는 “이건 고객에게 물어봐야 해요”라는 공감대가 있지만, 현실적인 리크루팅, 가이드 설계, 일정 조율 등의 벽에 부딪히면 금세 대안은 ‘내부에서 빠르게 정리하자’로 기울게 됩니다.
이건 리서치 방법론이 부족해서라기보단, 리서치 구조가 실무 흐름에 스며들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지점을 개선하고 싶었습니다. 정교하게 설계된 리서치가 아니더라도 필요한 순간에 빠르게 활용할 수 있는 고객 피드백 구조를 만들 수는 없을까라는 고민을요.
고객을 팀 안으로 초대해보기
우리가 고객에게 알고 싶은 건 간단한 것들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이 버튼의 기능이 예상되나요?”, “이 화면은 어떻게 이해되나요?”, “이건 복잡하거나 불편하지 않나요?”와 같이 복잡하지 않고, 그냥 짧고, 빠르게 의견이 필요한 질문들이었죠. 이런 질문은 대부분 리서치 타이밍을 놓치거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곤 합니다.
하지만 제품의 완성도나 방향성에 실제로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미세한 순간이기도 하죠.
작지만 중요한 질문들을 옆 자리 동료에게 가볍게 이야기하듯이 내가 필요할 때 바로 답변을 구할 수 있는 리서치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기존의 리서치 방식은 준비 과정이 꽤 오래 걸리고 그 과정도 단순하지 않아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생각한 건, 동료에게 스리슬쩍 슬랙으로 묻듯이 고객에게도 물어볼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것이었어요. 이 아이디어를 작게 시작해보기로 했습니다.
트립홀릭과의 실험, ’여기보이스‘
여기어때에는 트립홀릭 이라는 고객 커뮤니티가 있습니다. 여기어때에서 우수한 리뷰를 남겨주신 상위 0.1%의 이용자 커뮤니티예요. 여기어때 서비스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사용하고, 자발적으로 개선 의견을 공유하는 문화가 형성돼 있었죠.
그래서 이 분들을 제품팀이 사용하는 슬랙 채널에 초대했습니다.

고관여 유저라는 한계가 있었지만 실제로 고객과 내부 직원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의도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감수했어요.
수시로 알림을 확인하며 대답해 주셔야 하는 구조라 걱정도 많았지만, 단순한 설문이나 인터뷰가 아니라 “문장을 바꿨는데 어떻게 이해되는지 봐주세요”처럼 가볍고 일상적인 질문을 주고받는 공간이라는 점, 그리고 함께 서비스를 만들어가고 싶다는 진심을 담아 안내드렸습니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단 20명을 뽑는 파일럿 프로그램에서 380명 이상의 트립홀릭 분들이 신청을 해주셨고, 20명의 트립홀릭과 함께한 실험적인 프로그램을 ’여기보이스‘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고객보다 우리가 더 낯설어했던 대화
도구는 준비됐지만, 진짜 어려운 건 따로 있었습니다. 고객과 대화하는 게 ‘기술적’으로는 가능한데, ‘심리적 거리’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았던 거예요. 슬랙이라는 채널은 친숙했지만, 고객에게 직접 말을 거는 일은 여전히 부담스럽게 느껴졌습니다.
“괜히 실수하면 안 되잖아요.”
“뭘 물어봐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냥 아는 사람한테 물어보는 게 편하긴 하죠.”
이런 반응이 반복됐습니다. 그래서 이 허들을 줄이기 위해 두 가지를 준비했습니다.
① 슬랙에서 대화를 자동으로 생성해주는 템플릿 도구
② 어떤 톤으로 대화를 해야할지에 대한 가이드


여기보이스 질문 작성봇
짧은 문장을 입력하면, 그에 맞춰 고객에게 자연스럽게 전달할 메시지를 구성해주고, 고객은 슬랙 앱을 통해 간편하게 응답할 수 있게 했습니다.
말하자면 ‘고객과의 대화 흐름을 디자인한 것’이죠.
덕분에 대화의 시작이 전보다 쉬워졌고 고객을 대할때도 필요 이상으로 신경을 쓰며 대화를 하지 않게 됐어요.
고객은 준비되어 있었고, 우리는 이제야 가까워지고 있어요
파일럿 기간 동안 고객들은 예상을 뛰어넘는 정성적인 응답과 참여 태도를 보여주셨습니다. 오히려 “더 많은 질문이 왔으면 좋겠어요.”, “여기어때에 도움이 되는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해요.”라고 말씀해주시는 분들도 계셨어요.
이런 반응은 단순히 피드백을 넘어, 고객이 브랜드의 파트너로서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었어요. 또, 이 프로그램을 처음 사용해 본 동료들도 긍정적인 피드백을 전해주셨어요.
“모르는 사람의 의견이라 훨씬 객관적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간단하지만 되게 핵심적인 인사이트가 나왔어요.”
“리서치 리크루팅 장벽이 생각보다 컸는데, 이걸로 허들이 확 낮아졌네요.”
2개월 간의 실험을 마친 지금, 여기보이스는 정식 프로그램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제품 조직뿐 아니라 마케팅팀에서도 사용 중이며, 곧 개발 조직으로도 확장할 예정이에요.
우리가 이 실험에서 얻은 가장 큰 인사이트는 하나였습니다.
“고객 피드백은 거창한 리서치 프로젝트가 아니라, 지금 일하는 방식의 일부로도 얻을 수 있다.”
리서치라는 말이 붙지 않아도, 고객과의 짧은 대화가 제품 결정에 영향력을 줄 수 있고, 그런 흐름이 지속되면, 조직은 더 자연스럽게 ‘고객 중심 조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무리
이 글을 쓰며 다시금 돌아보게 됐습니다. 여기보이스라는 프로그램이 없었다면, 우리는 여전히 동료에게만 질문하고 있었을 겁니다. 익숙하지만 제한된 시선 안에서, ‘정답에 가까운 오답’만 반복하고 있었겠죠.
이제 우리는 조금 더 넓은 시야를 갖게 되었습니다. 고객과 대화하는 방법을 익혔고, 그 대화에서 진짜 필요했던 인사이트를 얻고 있어요.
고객은 조직의 구성원은 아니지만, 때로는 가장 깊이 있게 제품을 바라봐주는 협업자가 될 수 있습니다. 여기보이스는 그 가능성을 열어준, 작은 실험이자 새로운 시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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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이소연(Jetty) UX Writer
그래픽: 김제린(Riny) Visual Interaction Desig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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