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gn
진짜 문제 발견을 위해, 사용자 여정 함께 걸어보기
정영은토스
2025년 5월 27일
원문에서 보기 ↗안녕하세요. 토스뱅크의 UX Researcher 정영은입니다.
여러분은 토스뱅크의 '목돈 굴리기' 서비스를 알고 계신가요? '목돈 굴리기'는 채권, 발행어음, RP, ELB/DLB 같은 비교적 생소한 금융 상품을 모아서 보여주는 서비스예요. 토스뱅크는 이 상품을 더 잘 소개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했지만, 실제 이용자 수는 쉽게 늘지 않았어요.
"왜 이용자가 늘지 않을까?" 이 질문은 제가 토스뱅크 UX Researcher로 입사해 처음 마주한 과제였어요.
사용자 여정 파악하기
'좀처럼 늘지 않는 이용자 수'에 대해 처음 제품 팀이 가지고 있던 물음표들은 아래와 같았어요.
- 탐색 구조가 너무 복잡한가?
- 광고를 잘못된 채널에 하고 있나?
- 서비스명이 직관적이지 않은가?
- 한 번 이용한 사용자는 왜 지속적으로 이용하는거지?
이런 물음표들을 마주하면서, 저는**'기준'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광고 채널이 잘못됐다'라는 말은 어떤 기준인지, 탐색 구조나 서비스명이 '직관적이지 않다'라는 것도 사용자 입장에서 어떤 경험을 근거로 한 것인지 명확하지 않았죠. 사용자가 실제로 이 서비스를 어떻게 경험하고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는 문제를 정확히 짚기 어려웠어요.
여러분은 채권이나 발행어음 같은 상품에 대해 잘 알고 계신가요? 주변 여러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주식이나 코인에 비해 친숙하지 않고, 재테크를 꽤 한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잘 이용하고 있지 않은 것 같더라고요.
사실 저도 이번 리서치를 하면서 이런 상품들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요. 리서처인 저조차 낯설게 느껴지는 상품이었기 때문에, 이런 투자 상품 구매를 결정하는 사용자 멘탈 모델을 예측하기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투자 상품'에 대한 사용자 여정을 먼저 파악해 보기로 했어요.**상품을 알게 되고, 고민하고, 구매하고, 다시 이용하는 그 전 과정을 살펴보면, 사용자들이 어떤 관점과 흐름으로 이 상품을 대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투자 여정을 이해하기 위한 두 그룹
사용자의 투자 상품 이용 여정을 따라가려면, 먼저 그들이 투자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는 게 중요했어요. 투자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으며, 어떤 계기로 시작했는지, 지금은 어떤 방식으로 투자하고 있는지 등 투자 전반에 대한 태도를 파악하며 성향을 이해해 보기로 했어요. 인터뷰는 두 그룹으로 나누어 진행했어요.
그룹 A: 최근 채권, 발행어음, RP, ELB/DLB를 처음 구매한 사용자 어떤 채널을 통해 처음 상품을 접했는지, 정보 탐색 과정에서 어떤 마음의 변화가 있었는지 등 인지 경로를 따라가는 것이 핵심이었어요. 어떤 정보가 확신을 주었고, 얼마나 고민한 끝에 상품을 이용하게 되었는지를 파악하려고 했어요.
그룹 B: 토스뱅크에서 '목돈 굴리기'를 반복 이용하는 사용자 처음 이용한 후 재이용을 결심하게 된 이유, 재이용 의도를 만들어낸 요인을 파악하는 데 초점을 맞췄어요.
이렇게 하면 이용 전 → 이용 중 → 재이용에 이르는 전체 과정을 확인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우연히 마주친 서비스를 시작한 이유
리서치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들은 말이 있었어요. "이거 토스증권에서 하는 인터뷰인가요?" 사용자에게 '투자'는 곧 '증권'을 의미했고, '은행에서 투자'는 낯선 개념이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토스뱅크의 '목돈 굴리기'를 이용하게 되었을까요?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어요.
- "알림에서 우연히 발견했어요."
- "투자하기 직관적이고 편해서 한 번 해봤어요."
- "일단 '은행'이니까 믿고 해봤어요."
- "목돈을 필요한 기간만큼 안전하게 굴리고 싶었어요"
'목돈을 안전하게 투자하고 싶다'는 니즈를 가진 사용자들이 푸시나 알림 등으로 우연히 서비스를 발견했고, 은행이라는 신뢰감과 직관적인 디자인 덕분에 한 번 시도해 보게 되었다는 점이에요.
**여기서 중요한 점은, 사용자들은 상품을 충분히 이해한 후에 투자한 게 아니라, 소액으로 먼저 시도해 보며 투자 상품을 이해했다는 점이었어요.**채권이나 RP 등을 단기 상품 중심으로 운용하며 수익을 경험하고 있었죠. 자세한 정보 탐색은 대부분 투자 후, 필요할 때 이뤄졌고요. '일단 소액으로 해본다'는 태도에는 은행이라는 안정감이 큰 역할을 했어요.
이번 리서치를 통해 사용자의 자산 관리 인식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저금리와 인플레이션을 체감하며, 사람들은 금융 상품을 단순한 수익 수단이 아닌 '자산 가치를 지키는 도구'로 보기 시작했죠. 주식처럼 에너지가 많이 드는 투자에는 피로감을 느끼고, 보다 안정적인 투자처를 선호하는 흐름이 두드러지더라고요.
- "돈을 가만히 두면 손해더라고요."
- "주식은 피곤해서, 그냥 묶어두는 게 좋아요."
- "은행은 그래도 안전하잖아요."
이런 흐름 속에서 '목돈 굴리기'의 강점이 자연스럽게 드러났어요. 예적금보다 높은 금리, 주식보다 높은 안정성, 단기 운용 가능성 세 가지 였죠. 예적금 만기 자금, 부동산 매각 후 자금, 대출 상환 후 남은 여유자금 등, '목돈이 생겼을 때 잠깐 굴릴 수 있는 상품'을 찾던 사용자 니즈에 잘 맞았던 거예요.
일단 체험해 보게 하다
제품팀이 처음 가졌던 물음표는, 사용자 여정을 따라가며 자연스럽게 해소되었어요. 사용자가 상품을 처음 인지하는 경로는 광고가 아니라 푸시, 알림 등 앱 내의 구좌였고, '목돈 굴리기'라는 서비스명은 오히려 사용자 니즈를 직관적으로 반영한 네이밍이었죠.
무엇보다 중요한 인사이트는, **사용자는 상품의 상세 정보를 모두 이해한 뒤 투자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어요.**대신 **작게라도 먼저 경험해본 후,**필요에 따라 탐색을 이어가는 방식이 많았죠. 그래서 제품 팀은 설명을 줄이고, 작게라도 체험할 수 있도록 전환해야 한다고 판단했어요.
기존에 단순히 금융 상품을 나열하여 보여주던 구조에서 '투자 방식'을 중심으로 재구성하여 보여주기로 했어요. 복잡한 상품 설명 대신, 사용자의 현재 자금 상황과 목적에 맞게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죠. 그리고 실제 실험 결과, 새로운 구조가 더 많은 이용자를 유입시키는 데 효과적이었어요.
시작은 늘 사용자를 이해하는 것 부터
낯선 서비스를 리서치할 때는 배경지식이 부족해, 조사 가설을 세우는 것조차 쉽지 않죠. 이럴 땐 그 서비스가 실제로 이용되고 있는 모습을 파악하며, 사용자 여정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금 느꼈어요. 사용자의 멘탈 모델을 이해하게 되면, 어떤 지점에서 이용을 유도할 수 있을지, 서비스의 강점과 약점은 어디에 있는지 훨씬 명확해지더라고요.
앞으로도 토스뱅크 서비스를 운영하다 보면 낯설고 새로운 현상을 마주하게 될 거예요. 그때마다 수많은 물음표가 생겨나겠죠. 그리고 그 물음표는 꼭 정답을 바로 가리키는 질문은 아닐지도 몰라요. 단편적인 의문에 대한 빠른 해답을 찾기보다는, 여러 물음표를 통합해 '근원적인 질문'을 만들고, 그 질문에서 출발해 보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출발점은 언제나 같을 거예요. 사용자의 입장에서 서비스 여정을 걸어보는 것.
여러분도 복잡하거나 명확하지 않은 문제를 마주했을 때, 사용자의 여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해해 보는 것에서 시작해 보시기를 추천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