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ineering
Vibe Coding하는 비개발자는 개발자인가(1)
sue.cream카카오
2025년 4월 22일
원문에서 보기 ↗개발의 새로운 언어, AI
개발 지식이 온전하지 않아도 일단 무언가를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시대에 비개발자는 바이브 코딩(Vibe Coding)으로 어디까지 개발자 흉내를 낼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의 여정을 몇 편의 글로 나누고자 합니다.
'AI Native’이고 'AI monolingual’인 개발자
코딩을 AI 시대에 처음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개발’이라 할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에, 저의 개발 모국어는 AI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즉, 저는 개발에 있어 AI Native 입니다. 그리고 다른 개발 언어가 아닌 오직 AI로만 개발할 수 있는, AI Monolingual 이라 할 수 있습니다(이런 표현이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프롬프트만으로 개발한다는 점에서 ‘Vibe Coder ’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저는 비개발자입니다.
AI Monolingual이기에 저는 개발을 시작할 때 항상 AI에 의존합니다. AI를 가장 소극적으로 활용한다면, LLM에게 방법을 물어보며 제가 하나씩 해결해 나갈 것이고, AI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에이전트(agent)에게 진단부터 적용까지 모든 과정을 맡길 것입니다.
예를 들어 깃허브(GitHub) 원격 저장소에 로컬 작업사항을 푸시(push) 할 때, ChatGPT에게 방법을 물어보면 터미널 명령어를 알려주는데요, 이를 따라하면 개발자들이 하는 일을 유사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 지식을 익히면 다음에는 ChatGPT에게 묻지 않아도 푸시할 수 있습니다.
반면 코파일럿(Copilot)의 에이전트로 같은 작업을 한다면, ‘현재 버전을 main에 push해 주세요’라는 자연어 입력만으로 충분합니다. 에이전트가 알아서 터미널에 명령어를 실행하여 상태를 확인하고 커밋(commit)과 푸시를 완료합니다. 에이전트가 어떤 명령어를 사용하는지 볼 수는 있지만, 굳이 확인하거나 알지 않아도 목표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푸시 해야지’라고 생각했을 때, 자연스럽게 후자의 방식이 떠오르는 것이 AI Native가 지향하는 사고방식에 더 가까울 것 같습니다. 할 수 있지만 직접 하지 않아도 되는 작업을 AI에게 맡긴다는 점이 중요한 전환 같습니다. 저는 AI 없이는 개발할 수 없기 때문에 습관적으로 스스로 해결하려는 단계 없이 바로 AI를 찾게 되는데요, 이런 점에서 AI Native 개발의 모습을 기존 개발자 선배님들과 다른 방향으로 접근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기다리는 것이 배우는 것보다 빠르다
6개월 전과 비교하여 저의 프롬프팅(prompting) 역량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만들어내는 결과물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학습으로는 몇 달 사이에 도달할 수 없는 성장을, 기술의 발전이 대신 이뤄내고 있는 시대입니다. 그래서 감히 ‘기다리는 것이 배우는 것보다 빠르다’는 말을 해봅니다. 현재의 구현 능력에 한계가 있어 벽을 만났을 때, 물론 당장은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곧 더 강력한 에이전트나 새로운 기술이 등장해 그 벽을 허물고 가능성의 영역을 확장해갈 것입니다.
한 가지 사례를 공유합니다. 아래는 제가 작년(2024년) 하반기에 ChatGPT로 만들었던 HTML 페이지를 올해(2025년) Lovable이라는 프로토타이핑 툴로 다시 만든 것입니다.
- 목표: 데이터 테이블을 텍스트로 넣으면 시각화된 대시보드를 만들어 주는 html 도구
- 제작 방식: 프롬프트로 생성 및 수정
1️⃣ 2024년 하반기 결과물

2️⃣ 2025년 상반기 결과물

의도한 결과물은 동일했고, 제작 방식 또한 프롬프팅만으로 10분 이내에 생성했다는 점에서 같은 프로젝트였지만, LLM과 에이전트 기술의 발전이 결과물에 놀라운 차이를 가져왔습니다. 이러한 결과물 개선에 제가 기여한 것은 그저 기술의 발전을 기다린 것뿐입니다.
기술 발전이 많은 것을 해결해 준다면, 우리는 그저 기다리기만 하면 될까요? 이 지점에서 '기다리면서 어떤 역량을 준비해야 할까?'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저 역시 그 답을 찾아가는 여정에 있습니다.
결국 '어떤 일은 AI에게 맡기고, 어떤 지식은 내가 직접 알아야 하는가?'의 경계를 찾게 됩니다. 특히 단순히 작업을 시키는 것을 넘어,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며 AI를 원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AI를 효과적으로 이끌기 위한 핵심은, 스스로 갖춰야 할 최소한의 필수 지식(Minimum Viable Knowledge)을 파악하는 데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내리는 지시가 어떤 의미인지, AI 에이전트가 처리 가능한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이해하고, 나아가 클라이언트-서버 구조나 기본적인 개발-배포 과정을 이해하는 것 등이 있습니다. 물론 이런 지식 외에도 다양한 실용적 역량이 중요하겠지만, 더 깊은 이야기는 제 경험 부족으로 인해 아껴두겠습니다.
본업에서 AI Native할 수 있을까?
이제 질문은 '어떻게 이 새로운 업무 방식을 진정으로 체화할 것인가’라는 고민으로 확장됩니다. 단지 방법론으로 아는 것을 넘어, 손에 익은 기존의 방식을 잠시 내려놓고 AI Native 접근법을 받아들이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제가 이미 익숙한 (개발이 아닌) 본업 분야에서는 AI 활용을 시도할 때, 기존 방식의 효율성과 안정감을 찾는 것처럼, 개발자 여러분들께서도 오랫동안 갈고닦아 온 개발 방식에 AI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비슷한 심리적 허들이나 고민을 경험하고 계시진 않을까요?
모국어가 아닌 언어를 배우는 과정을 돌아보면, 이런 조언을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 모국어를 외국어로 번역해서 말하려 하지 않고, 처음부터 외국어로 생각하기
- 처음부터 완벽하게 구사하려고 하지 않고, 일단 실전 상황에서 많이 사용해 보기
AI Native로 태어나지 않았지만 마치 네이티브처럼 본업을 해내기 위해서는, 결국 모국어가 있는 상태에서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과 같은 이런 노력들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제가 개발이라는 낯선 분야에서 AI Native의 사고방식을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이를 기존의 익숙한 방법이 있는 업무 영역에서의 AI 전환에 어떻게 접목할지 고민하는 것이, 비개발자로서 바이브 코딩을 경험하면서 기여할 수 있는 가치인 것 같습니다.
(모순적이게도 이 글은 초안부터 AI가 아닌 제가 썼습니다. AI Native하지 못한 본업 처리입니다.)
나가며
지금까지 비개발자로서 AI Native 개발을 바라보는 마음가짐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제가 업무에 사용할 도구들을 AI를 활용해서 만들었던 사례와, 그 경험에서 깨달은 것을 간단히 나누겠습니다.